플루언트 - 조승연

_ㅅ 2023. 10. 15. 20:37

영어에 어느정도 기초 지식이 있다면, 아니면 언어학이나 세계역사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보게 된다면 재밌게 읽을것이고 영어 공부법에 대해 생각하고 읽게 된다면 그 또한 많은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본 영어 관련 도서중에 가장 유용하고 재밌는 책인데 이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게 좀 의아하기도 하고... 새로운 영어 공부법(혹은 언어 그 자체의 공부법)을 제시해서 그런건가 싶기도하고;
책 내용이 정말 유용한 정보로 꽉 꽉 차있고 정말 빼놓을 내용이 없다. 
지인중 영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시중에 나와있는 문법 책이나 토익기초어쩌구 하는 책보다는 그냥 이걸 읽는걸 더 추천할듯


p.7 외국인과 협상을 해야 할 때, 영어의 언어적,비언어적 사용법을 알아두었다가 숨겨둔 작전을 눈치껏 파악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사람, 맡은 업무에 꼭 필요한 최신 정보를 영어 인터넷 사이트에서 동료보다 빠르게 취득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인터넷상에 공짜로 뿌려놓은 하버트, MIT 등 세계 명문대학의 갖가지 최신 영어 강의를 막힘없이 듣고 지적 갈증을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은 막상 몇 명 없다. 청소년기를 담보 잡고 가정 경제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배운 영어치고는 가성비가 형편없으니 애석하고 아까운 것이다. 심지어 미국으로 유학가서 그곳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오고도 영어 원서를 재미삼아 읽거나 매일 아침 영자 신문을 읽고 세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p.17 한국인과 영어의 '잘못된 만남'은 오래 지속되었다. 영어는 날이 갈수록 타인과 나를 이어주는 언어가 아니라 사회적 서열의 지표가 되었다. 대학에는 외국어 특기자 전형이 생겨 토익, 토플 점수가 높으면 입시 지옥을 면제 받는 샛길을 열어 특권을 부여했다. 영어가 전혀 쓰이지 않는 국내 제조업체에 취직하는데도 토익, 토플 고득점자를 특별 우대 해주었다. 외국인과 영어로 단 한마디 대화도 못 하면서 단기간에 토익 점수를 올려주는 전문가 그룹까지 생겼다. 학생들은 소통에 필요한 언어로서의 영어를 배우는 대신 한국 사회의 새로운 신분 기준이 된 '토익 900점대'를 향해 달렸다.

p.37 19세기 당시의 영국 지식인은 아직 미개한 세계인에게 문명인(?)의 매너를 가르칠 의무가 있다는 신념이 굳건했다. 대영제국이 가장 번성한 시기는 당시 영국의 여왕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시대'라고 부르는데, 오늘날까지 '빅토리아식 교육Victorian education'이라고 하면 무조건 정답만 강요하는 엄격한 교육을 지칭하는 관용구가 되었을 정도로 암기식 교육에 강한 집착을 보이던 시기이기도 하다. 일본과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1세대 영어 선생님들은 히긴스 같은 앵글로-색슨 우월주의자에게서 영어를 배웠다.
 이런 연유로 동아시아의 영어 교육은 유난히 '백인 중산층'식 발음을 강조하고 하층민이 흔히 저지르는 문법적 실수를 고치는 데 치중하게 되었다. '5형식' 등은 영국의 소수 부유층의 말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베껴내도록 가르치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자유로운 소통보다 계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언어적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 당시 영어 교육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5형식이라는 경직된 틀로 문장을 찍어내는 방법을 배웠다. 그다음에 아시아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자동사, 타동사 구별, 전치사, 관사, to 부정사 같은 순서로 영어를 배웠다. 그리고 유럽 귀족이 쓰는 고급 어휘들을 달달 외워야 했다.
 이처럼 문법과 어휘 위주의 영어 학습은 영국 귀족 영어를 따라 하기 위해 틀리는 부분마다 지적하는 교육의 방식인데, 달리 말하면 외국어 학습에서 가장 짜증나는 부분만 골라 배운 셈이다. 

p.39 지금 우리는 표준어의 존재를 당연시 하지만 사실 표준어 개념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반기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도 시인 백석이나, 소설가 이문구 같은 분이 표준어라는 명분에 밀려 서서히 사라져가던 수많은 아름다운 토속어와 표현법 등을 애석해했다. 아직도 필자 같은 작가나 언어학자 중에는 표준어라는 것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표준어를 만든다는 것은 언어를 틀에 맞추어 자르는 작업이므로 국어든 영어든 맞춤법이나 문법 위주의 학습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43 우리가 영어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에 하나가 현재완료형을 만들려면 'have+pp+object'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He has made a dress"라고 하지 않고 "He has a dress made"라고 한다.
 이것은 사실 한국에서 영어의 문법을 익힌 사람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영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현대 영어보다 훨씬 오래된 용법이다. 아기 때부터 이런 문법을 사용해온 아일랜드 사람의 영어가 틀렸다 하는 것은 아일랜드를 자기들의 식민지로 얕보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에게나 가능할 것이다.

p.45 19세기에 영국 제국주의자들이 일본에 답습시키고, 다시 일본이 한국에 전파한 영어 교육의 폐단 중 하나가 '올바른 발음'에 대한 집착이다. 여기에도 물론 정치적인 이유가 담겨 있다. 18세기의 사회 계급이나 19~20세기부터 국가가 신분과 권력의 주요 지표가 된 것처럼, 20세기 중반에 세계의 돈과 권력이 미국으로 집중되면서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생산하는 미디어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인종'이 신분의 주요 지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p.47 예를 들어서 프랑스인의 경우 r이 h발음에 가깝고, h를 모두 묵음으로 발음한다. 'Nearest hotel'을 'Nehest otel'로 발음하는 식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오랫동안 명품과 와인 등의 생산으로 '섹시'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프랑스인 자신도 외국에 나가 프랑스인으로 인식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 자신들의 영어 발음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같은 서유럽계지만 미국계 독일인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전범 이미지 때문에 심지어는 이름도 미국식으로 바꾼다. 내 친구 할아버지의 성은 원래 프랑켄슈타인인데 프랭크로 잘랐다. 그들은 미국에 사는 자손에게 독일 발음을 완전히 없애도록 엄격히 교육시킨다. 그러나 그런 과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교민은 영어 발음을 완벽하게 할 줄 모르고 자기네 악센트 영어로 말하는 것을 대체로 당연시 한다.

p.48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언어교육학 교수 사빌-트로이케Saville-Troike는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너무 원어민과 비슷하게 말하지 말라면서 외국어의 유창한 발음과 언어 구사가 중요하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조언을 한다.

 외국 악센트가 있는 사람은 그 나라의 매너를 조금 어겨도 용서가 되지만 그 나라 언어의 발음을 마스터 한 사람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문화적, 관용적 태도까지 마스터 했을 것으로 보고 만약 사소한 문화적 행동이나 매너라도 어기면 무례하거나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으로 여겨 적대감을 갖게 된다.

또 그는 외국어의 발음을 마스터 하면, 오히려 '저 사람 정체가 뭐야?'라는 의심을 받거나, 외국인을 썩 반기지 않는 나라나 지방에서는 반감을 사기도 하고, 모국어 사용자에게 배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p.50 영어를 공부할 때는 갖가지 영어 표현법을 통시적, 공시적으로 넓게 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셰익스피어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영어의 역사를 골고루 알고, 또 여러 나라와 민족이 사용하는 다양한 영어를 두루 듣고 접하면서 그 맥과 논리를 익혀 '수많은 종류의 영어를 쓰는 사람이 상대의 말을 아무 문제없이 알아듣게 하는 그 무엇'을 느껴 나가는 것이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p.51 외국어를 잘 안다는 것은 원할 때마다 막힘없이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언어학자 촘스키는 '언어 능숙도'란 한 언어의 문법으로 표현 가능한 모든 문장을 만들어낼 줄 아는 문장 생산 능력이라고 말했다. 즉 언어가 가진 모든 문법적으로 가능한 조합을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언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힘스D.Hymes라는 언어학자는 촘스키의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어 능숙도와 함께 '소통 능숙도communicative competence'가 합쳐져야만 언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52 힘스가 말하는 소통 능숙도의 필수 조건은 그 나라의 문학과 문화의 산물(예를 들면 영화, 연극, 음악, 미술 등)을 오래 접촉하고 연구해서 익숙해지지 않으면 사실상 실전에서 적용하기가 어렵다.

p.56 외국어 공부에서 문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살아 있는 언어의 데이터를 가능한 한 많이 모아두는 것이다. '왜 사과가 떨어질까?'라는 자연현상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려면 자연현상을 많이 관찰하는데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영어를 잘하려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생각과 의견을 영어로 전달하는지 의문을 품고 아주 많이 관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p.79 브리톤족(영국 원주민, Briton)은 숲을 잘 이용할 줄 알고, 깊은 산속에서 유용한 약초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재주가 뛰어났다고 했다. 그래서 로마인과 싸울 때마다 온몸에 대청woad이라는 약초에서 추출한 푸름 물감으로 문신을 했다. 마치 영화 '아바타' 속 인물처럼 파란색 피부의 사람들이 벌거벗고 갑자기 숲에서 튀어나와 로마 군대를 혼쭐 내준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대청은 몸에 바르면 약간의 환각 작용을 일으켰다는데 그야말로 '약발로 싸우는' 것 또한 이들의 특징이었다.
 또 포로로 잡힌 적장의 목을 잘라 머리통을 석회에 담갔다가 말려서 단단해지면 돌팔매질로 적군인 로마 병사들을 더욱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p.107 중국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문장 중 하나가 우리말로 욕처럼 들리는 "밥 먹었니"이고 그 다음으로 배우는 문장이 "나는 ~나라 사람입니다."이다. "나는 중국인입니다"는 한국인에게는 너무 쉬운 문장이다. 하지만 영미권 사람들은 이 정도의 문장에서도 실수가 잦다고 한다. 많은 미국인 중국어 초보자가 "나는 미국인입니다"를 "나는 미국입니다"로 쓴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어이없는 실수지만 한국인이 영어로 말할 때 저지르는 실수의 반대 버전으로 보면 된다.

p.108 음절을 마치 블록 쌓기처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것은 원래 한국어의 특징이 아니라 중국어의 특징으로, 우리말의 여러 단어 중 한자 단어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의 '자'를 떼어내 자발, 자유, 자기 같은 단어를 만들어도 되고, '동'자를 떼어내 동작, 율동 같은 단어를 만들어도 된다. '자발'이라는 단어를 형용사로 바꾸고 싶으면 '적'이라는 글자 하나만 붙이면 '자발적'이 되고, 추상화시키고 싶으면 '성'이라는 한자 하나만 갖다 붙이면 '자발성'이 된다. 중국어로 자신이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말하라면 '중국'에다가 사람을 뜻하는 '인' 한 글자만 붙이면 '중국인'이 된다. 중국어는 이런 특징 때문에 '새옹지마' '사면초가' 같은 성어를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고, 그런 중국어 영향권에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도 그 덕분에 표현력이 많이 늘어났다.
 미국인이 간단한 중국어 문장을 배우며 실수를 하는 위 사례는 중국어를 영어에 고스란히 적용해서 생긴 일이다. 한문(중국어)은 한 글자씩 뗐다 붙였다 해서 표현의 범위를 넓히는 언어이고, 영어는 단어를 살짝 휘어서 표현 범위를 넓힌다.

p.111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길고 복잡한 문장에 화려한 수식과 운율과 음률을 집어넣어서 말할 수 있다면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위트의 영혼은 짧음이다(Brevity is the soul of wit)"라고 말한 것처럼 자기 말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한 문장으로 소통해도 가능해야 언어를 마스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p.141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결국 문법이나 단어 등을 많이 외우기 보다는 언어적 사고의 패턴을 내 머리 안에 들여놓은 다음 그 언어 특유의 문장 구조 골격을 파악하고 간단한 구조로 된 문장을 최대한 많이 써보며 단어의 질감을 익혀야 한다. 만약 외국어를 배우는 데 외국인이 나타나는 순간 말문이 막힌 경험이 있다면 자신이 하려는 말의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p.163 우리가 영국의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나 제인 오스틴Jane Austen 같은 작가의 책을 원서로 읽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그들은 이성을 숭상하던 시대의 작가라서 그 당시 '글을 잘 쓴다'라는 것은 사람들이 알아듣기 편하게 쓴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복잡한 문장을 쓰면서도 그 논리를 해치지 않느냐로 평가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p.164 만약에 영어 논리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존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Paradise lost>을 추천하겠다. 

p.168 결국 고도화라는 것은 지식을 감각에 연결하는 것이다. 알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지식은 머리에서 몸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아는 것이 몸으로 내려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만이 진짜 지식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 고도화라는 것을 언어 교육에서 놓치기 시작했는지는 큰 의문이다. 무엇보다 동양철학자들은 감각적 고도화를 무척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언어의 결이 머리에 깊이 인지되어 문장의 기본 구조가 눈에 저절로 들어오는 상태를 우리 전통 교육에서도 '문리가 트였다'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리'는 '나무의 결'이라는 뜻이 포함된다. 장인이 목리를 안다는 것은 도끼질이나 톱질을 할 때 나무의 결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에 맞춰 쓱쓱 쉽고 바르게 자를 수 있다는 뜻이다.

p.170 그래서 문법을 공부하려면 법칙을 외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여러 문장을 끊임없이 눈으로, 또는 귀로 쓰다듬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p.180 또 영어는 동사나 명사가 특정 형태를 지니지도 않아 동사를 명사로 써도 되고, 명사를 형용사로 써도 된다. 'I run(나는 종종 달리기를 한다)'의 run은 동사지만, 'I want to go for a run'에서의 run은 명사, run distance의 run은 형용사다. Google은 IT기업 브랜드지만 '검색하다' 라는 동사로도 쓰이고, monitor는 원래 '지켜보다, 감시하다'라는 뜻의 동사지만 컴퓨터의 모니터를 뜻하는 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Make라는 단어는 만들다는 뜻도 되고 만드는 회사라는 뜻도 되며(Which make is your car?), 합격했다는 뜻도 되고(I made the exam!), 성공했다는 형용사도 된다(He is self-made).
 이런 영어의 유동적인 특성은 기술 발전과 국제 교류가 활발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유용한 언어가 되었다. 이런 영어의 특징을 무시하고 무작정 암기로 영어를 정복하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배우기 가장 어려운 끔찍한 외국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암기는 고정된 지식을 배우는 데는 적합하다. 그러나 쉼 없이 변화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가장 부적합하다.

p.186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의 할머니 중에 게이Gay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제법 많다. 보편적인 관념으로는 아마 '어떻게 딸에게 그런 이름을?'이라며 의아해할 수 있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gay는 '즐겁다', '경쾌하다', '마음이 홀가분하다'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미국에서 만든 흑백 영화를 보면 '우리 모든 걱정을 잊고 즐겁게 놀아보자'를 "Let's have a gay ole' time"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p.187 우리가 '친숙함'이라고 부르는 인지 능력은 바로 어휘 능력의 기반이다. 암기와는 관계가 없다. 모국어 능력은 공부가 아니라 습관을 통해서 길러진다. 영어로 '능력'을 뜻하는 ability는 어원상으로 '습관'을 뜻하는 habit과 통한다(영단어의 생성 원리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 저 단어가 습관과 관련되어 있는지 훤히 보일 것이다.)

p.191 리트레는 사전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지금 영어를 공부하는 우리와 똑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사용해온 모국어 단어인데도 누군가가 갑자기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의미가 애매해서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한국어 원어민인 우리가 '포근하다'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어려움이었다. 아마 사전적인 정의는 '표면장력이 약한 주로 섬유질이나 유기질 물체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기분'일 것이지만 그런식으로 설명하면 이미 그 단어의 '풍미'는 모두 사라져서 제대로 설명했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어려움에 직면한 리트레는 일단 한 단어만을 염두에 두고 철학, 문학 등에서 글 잘쓰기로 유명한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그들의 문장에서 그 단어가 나올 때마다 문장을 통째로 베껴 수백 개의 문장이 적힌 목록을 만들었다. 그 문장들을 살피면서 비슷한 의미로 쓰인 문장끼리 따로 모았다.
 예를 들어서 오늘 saveur라는 단어를 연구한다면 프랑스 철학자, 소설가, 시인 등이 쓴 책에서 saveur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통째로 모조리 베낀 것이다. 그렇게 수백 개의 문장을 모으니 saveur가 어떤 때는 '맛'을 뜻하고 어떤 때는 '냄새'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saveur가 '맛'이라는 뜻으로 쓰인 문장끼리 모으고, 또 '냄새'라는 의미로 쓰인 문장을 구분했다. 그런데 saveur de vie라고 하면 이것은 '사는 맛'인지, '삶의 향기'인지, 아니면 그 중간쯤 되는 개념인지가 모호하다. 이런 표현은 의미가 비유적이여서 정확하게 맛이나 향기를 뜻한다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런 문장은 또 그와 비슷한 문장끼리 따로 모았다.
 리트레는 그렇게 모은 문장을 번호를 붙여 정리한 다음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saveur
1. 맛
2. 향기
3. 비유법으로 천천히 감각을 즐기는 것

리트레는 이런 식으로 saveur라는 단어의 감을 천천히 느껴 나갔던 것이다. 영어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암기하지 않아도 머리에 깊이 박히게 하고 싶다면 일단 한 단어라도 골라 책을 두 권 정도 가지고 리트레가 했던 작업을 따라 해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간단하게라도 이런 작업을 해본 사람만이 사전의 정보 나열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07 청동기 시대 유럽인은 한 부락이 인구 증가로 살 땅이 비좁아지면 젊은이들을 미지의 땅으로 내보내 새로운 동네를 개척하게 했다. 이런식으로 한 부락이 여러 부락으로 새끼를 치면, 조상들이 살고 있던 곳은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새끼 쳐 나간 여러 부락에 살고 있는 민족의 상징적 고향이 된다. 고대인은 비록 새 부락을 개척하기 위해 낯선 땅으로 떠났지만 원래 나고 자란 조상의 도시를 '엄마 도시'라고 불렀다. 엄마란 의미의 matr/mater와 도시란 의미의 polis가 합해져 오늘날 metropolis라고 부르는 단어가 형성된 것이다.

p.211 가족 아닌 타인과 친구가 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서로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이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잊지 못할 일을 겪었는지 들어보고 공감하면 이해 안 되던 행동이 확 이해되면서 친해지기 마련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알아야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인전이나 전기에는 항상 그 사람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또는 사망까지의 사연을 공개한다.

p.217 여성을 유혹할 때 '추파를 던진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나는 최근 소설가 현진건의 소설을 읽다가 '추파'가 한자로 '가을 파도'라는 의미임을 알게 되었다. 즉 추파를 던진다는 것은 '가을 파도같이 그윽한 눈빛을 던진다'라는 뜻이다.

p.218 영어로 비서는 secretary다. 비서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비밀스러운 책'인데, secretary도 비밀을 뜻하는 secret에서 파생되었다. 비서라는 직업이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은 보스의 비밀을 지켜주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224 도대체 영어는 왜 이렇게 제멋대로 변화하는 걸까? 우리나라의 많은 영어 교육자가 이런 현상을 그저 '불규칙'이라며 뭉뚱그려 넘기는데 그렇지 않다. 간단히 말하면 이 단어들은 모두 원래부터 영어가 아니었다. 이 점을 알면 영어의 중구난방인 변화에도 나름의 규칙이 적용되며 그 규칙을 어렵지 않게 꿰뚫을 수 있다.

p.228 특히 이 당시에는 영어를 전혀 모르는 프랑스인이 영국을 통치했기 때문에 법, 정치, 군사 등 주요 행정 용어는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시대에는 지배계급인 양반이 고유어는 천하게 여기고 한문을 귀하게 여겼듯이, 영국인도 프랑스어는 고급스럽고 지적으로 여긴 반면, 영어는 상대적으로 경시했다. 그래서 지금도 영국의 공식 문서에는 프랑스어에서 비롯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p.230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대부분의 영어 문법책은 이것을 불규칙이라고 표기하지만 사실 고영어에서 온 단어는 고영어 규칙을 따르고 프랑스어에서 온 단어는 프랑스어 규칙을 따른것일 뿐이다.

p.234 예를 들어서 아래 두 문장을 보자. 어떤 전문가가 사장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사장은 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럴 때 사장은 아래의 두 문장 중 하나를 쓸 수 있다.
- It doesn't matter
- It's immaterial
위 문장에서 mother의 형태론을 아는 사람은 이 두 문장이 정확히 일치함을 알 것이다. matter는 material이라는 라틴어가 프랑스식으로 퇴화되어서 앵글로-색슨 단어로 유입된 것이고, 두 번째 문장에서는 material의 원형을 라틴어로서 존중해 주는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영단어의 출생지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두 문장이 똑같은 형태소와 똑같은 잠존현상을 가진 같은 뜻의 표현임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문장이 라틴어의 원형에 더 가깝기 때문에 미국인의 귀에 더 '고급스럽게' 들린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p.236 영어의 핵심 어휘는 주로 게르만 계열의 앵글로-색슨어다. 이것은 영어의 핵심 어휘에서 주로 복수형과 과거분사가 불규칙하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진짜 불규칙한 것이 아니라 독일어식 규칙을 따른것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토플이나 GRE 등 고급 영어 시험을 준비할 때 시험에 자주 나오는 단어는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 출신이 많다. 전에는 그 어근들을 따로 외웠지만 18세기 이후부터 언어학자들은 쉬운 단어와 어려운 단어를 묶어주는 끈을 찾아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국인 필롤로지스트, 즉 언어학자로 꼽히는 윌리엄 존스William Johns는 세계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18세기에 오래된 외국 고서만 읽으면서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는 물론 중국어와 페르시아어를 마스터한 필롤로지계의 슈퍼히어로다. 그가 활약하던 시대는 영국이 인도를 침략한 직후였다. 인도는 예나 지금이나 필롤로지스트들이 '언어의 정글'이라고 부르는, 언어 오타쿠의 무릉도원이나 마찬가지다. 인도는 옆 동네만 가도 서로 말은 물론 글자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인 곳이 많다. 영국이 인도를 정복한 후 이런 동네에 영어밖에 못 하는 관리를 내보냈더니 원주민과 소통이 두절되어 두 달이 멀다하고 폭동이 일어났다. 골머리를 앓던 영국 정부는 동양 언어 이해에 탁월한 존스를 파견했다. 명불허전이었다. 존스는 인도에 도착한 지 몇년 되지 않아 힌두교 경전과 법전을 읽고 인도의 브라만들과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산스크리트어를 익혔다. 그는 인도 신화의 세계에 폭 빠진 나머지 아예 인도 숭배자가 되었다. 당시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살던 영국인에게 영국 최고의 언어학자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이 얼마나 큰 충격이 되었을지 짐작할 만 하다.

얼마나 오래된 언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산스크리트라는 언어는 구조가 아주 신기하다. 고대 그리스어보다 완벽하고, 라틴어보다 풍부하며, 두 언어보다 훨씬 우아하다.

p.239 어쨌든 그는 산스크리트어와 라틴, 그리스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산스크리트어는 동사의 형태를 보든, 문법을 보든,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라틴어, 그리스어와 너무 비슷하다. 이 세 가지 언어를 다 연구해본 어떤 필롤로지스트도 이 언어가 같은 원천에서 나왔다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산스크리트어의 원천은 이보다 더 오래된, 지금은 사라졌을 어떤 언어의 영향을 받았다. 그 언어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 라틴어, 그리고 영어, 독일어 등을 포함하는 인도유럽 언어라는 거대한 언어 가족이 태어났다. 산스크리트, 라틴어, 그리스어 등 모든 서양 언어의 아주 오래된 공통적 조상, 이 상상 속의 옛 언어를 언어학자들은 '인도-유럽 고어 Proto-Indo-European' 또는 'PIE'라고 부른다.

p.240은 찍어놓은 사진 참고

p.247 prom이란 단어에 대해 미국인이 가지는 문화적 함의는 그보다 훨씬 깊다. 먼저 이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자.
 텔레비전이나 영화 같은 영상 오락 매체가 없던 19세기, 영국 신사들은 주로 멋진 유료 정원에 가서 데이트를 했다. 그럴 때면 최고로 멋을 부리고,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나온 비슷한 또래의 여성을 눈으로 골랐다. 데이트 신청을 대놓고 할 수 없던 보수적인 시대여서 이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을 발견하면 다가가서, "같이 정원 가서 산책하자"라는 말로 데이트를 신청했다. 여성이 데이트를 허락해도 여성의 부모나 보모가 정원까지 따라 가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유럽의 유료 정원은 입장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젊고 패셔너블한 젊은이를 많이 끌어들이고자 애를 썼다. 그래서 정원에 '연인의 미로'라는 일종의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서양 영화에 나오는, 사람 키보다 훌쩍 큰 나무를 사각형으로 깎아 만든 미로가 바로 그것이다. 여자가 만저 부모나 보모가 한눈 파는 틈을 타 미로 속으로 뛰어 들어가면 남자가 보호자에게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따라 갔다. 그러면 여성의 보호자가 슬그머니 눈감아주는 식으로 데이트가 이루어졌다. 두 남녀가 미로 안에서 헤매다가 마주치면 잠시 어른들의 감시를 벗어나 은밀하고 짜릿한 스킨십을 나누었다. 고급 promenade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산책하는 신사숙녀들의 보조를 맞춰주기도 하고 야외에서 춤을 추기도 했는데, 젊은 남녀가 멋진 차림으로 만나 음악에 맞추어 데이트를 즐기는 행사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당시 유료 공원 중 가장 유명한 곳에서는 지금도 종종 영국 여왕이 직접 참관하는 Prom 콘서트가 열리는데, 클래식 애호가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런데 미국 공립 고등학교에서도 1930년대쯤부터 영국의 prom을 흉내 낸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대학 진학률이 무척 낮았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는 이성을 만나 연애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의 고등학교들은 졸업을 앞둔 남녀학생에게 19세기 영국의 promenade를 본떠 멋진 턱시도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공개적으로 춤추며 데이트 할 수 있는 무도회를 열어주기 시작했다.

이 행사는 대학 진학 기회가 없는 미국의 서민층 학생에게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도회다. 여학생은 prom에 입고 갈 드레스를 준비하고 파트너 남학생 찾는 일에 고등학교 시절 내내 몰두할 정도다. 이 행사에서 인기투표로 Prom King과 Prom Queen을 뽑아 플라스틱 왕관을 수여하는데, 여기서 뽑힌 여성은 환갑이 넘어서도 그 왕관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 고등학교에서의 prom은 여성들의 첫 경험이 묵인되기도 했다. 파티가 늦게 끝나는 데다 외박도 허용된다. 이날의 경험은 미국 청년들의 '성인식'으로 평생 머리에 깊게 새겨지며, 대학에 진학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여행이나 커리어를 통해 새로운 추억을 쌓을 기회가 드문 보통의 미국 서민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젊고 예쁜 시절, 멋진 이성과의 꿈같은 만남을 가졌던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시간으로 간직된다. 이처럼 prom은 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결혼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다.

p.252 사실 어려서부터 동일한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 간에는 말을 주고 받을 때 엄청난 양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말을 할 때 동원되는 지식은 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주 접하고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독서, 주변 사람, 미디어 등을 통해 장기간 머릿속에 쌓여 그 문화의 지식 기반이 머리에 단단히 형성되어 있지만 스스로 '나는 이런 지식이 있다'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되어 머릿속에 잠재된 지식을 학자들은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부르는데, 서양과의 공통 문화가 거의 없는 동양인이 영어를 잘하려면 이런 서양 인문학 지식의 기반을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공부해서 뇌에 새겨야 한다.
 어떤 언어로 말을 주고받을 때 공감대를 이루는 문화 지식을 교육 학자들은 '문화 독해력cultural literacy'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미국의 교육학 박사 허시E. G Hirsch의 책 제목이었는데 지금은 교육학 일반 용어로 쓰인다.
 허시 박사는 "8세 아이가 5세 아이보다 책을 빨리 읽고 더 어려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의 언어적 발달 정보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상식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으로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이해력의 기본은 소통의 기반이 되는 상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p.259 20세기 이전의 시는 운과 율을 맞추어서 썼기 때문에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으면 '따따~ 따따~' 같은 리듬이 느껴지고, 문장을 잘못 해석했으면 운율이나 박자가 깨진다. 시가 입에 착 달라붙지 않으면 이미 입에서 말이 나오기 전에 머리가 잘못 읽은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시 동영상을 찾아 낭독자의 억양과 리듬을 따라 직접 읽는데, 자신의 입에서는 리듬이 잘 나오지 않거나, 숨을 쉬거나 말꼬리를 올리고 내리거나, 힘을 주는 부분이 어색하다면 문장의 의도, 단어의 뭉치고 갈라지는 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단어의 덩어리를 주무르며 같은 시를 계속 읽어보면 갑자기 운율대로 시가 딱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런 것을 반복하는 것이 영어의 '문리'를 트는 가장 빠른 길이다.

p.265 문화 독해력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는 소네트sonnet라는 형태의 영시로 길이가 13줄 밖에 안 된다. 만약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00편 정도를 골라서 낭독하고 제대로 해석하는 훈련을 해보면 그 안에서 영문법의 거의 모든 형태와 구어체적 변형을 접할 수 있고, 영어에서 가장 흔한 비유법, 그리고 영어의 근본이 된 중세 영국의 우주관과 인생관, 세계관까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영어 공부가 좀더 쉬워질 것이다.

p.266 내가 처음에 영작을 했던 방식을 소개한다. 나는 영어로 글을 쓸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영미권 문학가가 쓴 시나 간단한 소설 문단을 읽고 마음에 드는 몇 문장을 골라 '힙합 버전', '텍사스 농민 버전', '신문 기사 버전', '학교 리포트 버전' 등으로 바꾸어 써보는 연습을 했다. 그 효과는 아주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