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들 - 루시 쿡
하.. 이 숏폼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눈이 번쩍뜨이는 정보들로 날 긴글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생물학 1위 책
존니재밌음 남성주의적 생물학만 가득했던 과거에도 생물학에 눈독들이던 나였지만
21세기 버전 생물학은 더더욱 재밌는것임 이런 ㅁㅊ
지금껏 이런 정보들을 편견과 정치질때문에 몰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빡침. 당장 이 책을 생물학 교과서로 편찬하라. 우리가 알던 생물학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만큼이나 낡았다는 사실을 공고히 밝혀라 이색히들아!!!
P.21 다윈은 성선택의 역학에서 수컷끼리의 경쟁 외에도 '암컷의 선택female choice
'이라는 요소의 필요성을 알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설명하기는 몹시 껄끄러웠으니, 암컷에게 수컷을 쥐락펴락하는 불편할 정도로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빅토 리아 시대의 영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발상이었고, 앞으로 2장에서 보겠지만 궁극적으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과학적 가부장제의 입맛에 맞지 않게 만들었다.
P.41 이른바 남성호르몬이 넘치다 보니 두더지 암컷은 수컷과 구 분할 수 없는 생식기가 발달하게 되었다.'남근phalus' 또는 '음경음 핵penile citots'이라 불릴 정도로 음핵이 확대되고 번식기가 아닐 때는 아예 질이 막혀 있다.
두더지 암컷은 성을 구분하는 오래된 전제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짧은 번식기를 제외하면 두더지 암컷은 평소에 생식기, 생식샘, 호르몬 수치의 모든 면에서 쉽게 수컷으로 오해할 만 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암컷이 암컷인 줄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비인간 동물에 관한 책이므로 일단 성과 젠더를 구분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생물학자는 동물에게 젠더가 없다는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 젠더란 성별을 나타내는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개념이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따라서 생물학자들이 암컷이라 말할 때는 오로지 생물학적 성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성은 또 무엇일까?
태초에 생물은 단순하게 번식했다. 처음에는 갈라지고 합쳐 지고 싹이 트거나 복제하여 수를 불리는 게 전부였다. 성은 나중에야 나타났는데 그러면서 일이 다소 복잡해졌다. 성이 생기면서 이제는 서로 다른 성세포, 즉 생식세포가 결합해야만 번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물계에서 생식세포는 오로지 두 종류의 크기로 나타났다. 크거나 작거나. 이 기본적인 이분법이 생물학적 으로 성을 정의하는 표준이다.
P.44 점박이하이에나 Crocuta crocuta의 생식기는 이미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큰 파문을 일으켰다. 어떤 포유류 암컷도 이처럼 성별이 모호한 외음부를 보인 적이 없었으므로 고대 자연과학자들은 하이에나가 암수한몸이라고 굳게 믿었다. 점박이하이에나 암컷의 20센티미터짜리 음핵은 모양과 위치가 수컷의 음경과 똑같을 뿐 아니라 발기하기까지 한다. 점박이하이에나 수컷과 암컷 모두 '인 사 의례' 중에 발기한 부분을 서로 보여주고 훑어본다. 하지만 점 박이하이에나 암컷의 사내다운 특징 중 으뜸은 털 달린 한 쌍의 고환이다.
물론 이 음낭은 가짜다. 하이에나의 음순은 융합되어 지방세포로 채워졌으며 수컷의 생식샘과 똑 닮았다. 그 말은 점박이하이 에나 암컷이 외부에 질 입구가 없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뜻이다. 대신 암컷 하이에나는 다용도 음핵을 통해 소변을 보고 교미도 하고 심지어 출산도 한다.
P.45 심해 아귀 종인 케라티아스 홀보일리Ceratias holboeli가 극단적인 사례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60배 이상 작고 50만 배 이상 가볍다. 수컷은 헤엄치는 정자 주머니보다 조금 더 큰 정도라고 보면 된다. 칠흑같이 어두운 심해에서 수컷은 페로몬을 좇아 암컷을 찾아간 다음, 입으로 암컷을 꼭 부여잡고 남은 생을 일심동체로 살아간다. 성적 부착성 무임승차의 진화적 구현이라고나 할까. 그때부터 암컷은 사정 시점을 포함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컷을 지배한다. 1925년, 이런 밀접한 관계를 발견한 한 덴마크 어부는 "남편과 아내의 결합이 완전무결하여 분명 둘의 생식샘도 동시에 무르익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는 로맨스는 죽었다고 덧붙였다.
P.50 남성호르몬이니 여성호르몬이니 하는 것은 없습니다. 흔히들 착각하지만요. 남자나 여자나 모두 똑같은 호르몬을 갖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드레아 Christine Drea가 스카이프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내게 말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란 성 스테로이드를 이 것에서 저것으로 바꾸는 효소의 상대적인 양과 호르몬 수용기의 분포와 민감성, 그게 전부입니다."
P.51 "호르몬이 동물의 양쪽 성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준다고 암시하는 문헌이 늘고 있어요. 결국에는 양과 기간, 타이밍의 문제라는 거죠. 드레아가 힘주어 말했다
드레아의 연구는 암컷을 만드는 과정이 절대 '수동적'이지 않으며 그 안에서 안드로겐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이 아닙니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명확히 발현되는 호르몬일 뿐이에요." 드레아가 반복해서 말했다.
P.79 "최초의 생물이 복제를 통해 번식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 가 없습니다." 크루스가 내게 말했다. "최초로 번식한 생물은 알을 낳을 수 있어야 했겠죠. 그러니까 암컷입니다."
P.89 사실 산쑥들꿩의 비트박스 팝핑은 무척 힘이 많이 드는 행위다. 수컷이 저렇게 자신을 과시하는 데 얼마의 에너지가 들어가는 지 알 수 없지만, 레크에서 날개를 연속해서 두드려 구애하는 꺅도요사촌 great snipe의 경우 과시 행위가 한 번 끝날 때마다 체중이 거의 7퍼센트나 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게 보면 산쑥들꿩 수컷도 구애에 드는 에너지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들이 즐겨 먹는 산쑥은 열량이 풍부한 먹이도 아닐뿐더러, 에릭이 말하길 산쑥의 잎은 독성이 매우 강해서 이 수컷들은 본질적으로 엄청난 숙취 상태에서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
P.94 과거에도 과학자들은 구애 중에 암컷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는 수컷들을 주목했다. 그러나 패트리셀리는 암컷의 신호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 수컷의 짝짓기 성공과 연관이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암새의 90퍼센트는 비밀리에 바람을 피운다. 커플을 이룬 새의 새끼 4분의 3이 다른 둥지 수새의 친자임이 밝혀졌을 때 학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암컷이 진심으로 원했을 리 없어. 진화적으로 여자는 신중하고 소극적이라고!"
P.119 "그들은 암컷이 절대 순진하지 않다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다른 짝을 찾아다닐 리가 없어. 그러니까 그건·•· 죄악이잖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P.122 DNA 검사 기술로 도마뱀에서 뱀, 바닷가재까지 다른 암컷들의 정절이 속속 철회되었다. 일처다부의 경향은 모든 척추동물에서 발견되었고 무척추동물에서도 예외가 아닌 표준으로 선언되었다. 한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는 진정한 성적 일부일처는 극히 드물어 지금까지 알려진 종의 7퍼센트 미만에서만 확인되었다.
P.125 ‘발정기oestrus'의 그리스어 어원은 배란 즈음에 여성의 교태성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어요. 원래 '쇠가죽파리에 의해 산만해진 암컷'이라는 뜻이지요.”
P.125 수십 종의 영장류 암컷에서 그와 같은 광기는 난자를 수정하는 데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과도하게 성적 활동을 부추긴다. 어떤 암컷은 수정할 난자가 없을 때도 섹스를 찾아다니는 것이 관찰 되었다. 허디는 자신이 연구하던 랑구르 암컷이 심지어 임신 중에도 무리 밖으로 나가 낯선 수컷을 유혹했다고 기록했다.
P.126 게다가 심지어 많은 암컷이 섹스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까 지 한다. 놀랄지도 모르지만 모든 포유류의 암컷은 음핵이 있다.
암양처럼 음핵이 잘 가려진 동물도 있지만, 1장에서 다룬 점박이 하이에나 같은 동물에서는 음경처럼 앞으로 부풀어 오른 20센티 미터짜리 거창한 기관이다. 두 극단 사이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빙산의 일각이다. 인체에서 신경이 조밀하게 배치된 이 기관은 질 주위를 감싸는 두 팔과 함께 몸의 안쪽으로 10센티미터나 뻗어 있으며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장소이다. 다른 포유류 암컷도 음핵에서 비슷한 쾌감을 끌어낼 수 있는 지는 논쟁이 되어왔다. 여기에서 남성 과학자들은 "노!"라고 말하고 수많은 여성 과학자들은 "예스!"라고 소리친다.
P.127 우선 대부분의 영장류 암컷이 동물원에서든 야생에서든 수음한다고 기록되었다. 영국 영장류학자 캐럴라인 터틴Caroline Tutin은 그렘린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 야생 침팬지 암컷이 '돌이나 나뭇잎 같은 물체로 문지르며 자신의 생식기에 푹 빠진' 모습을 기록했다." 그렘린이 알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라 암시하는 사적인 파티였다. 제인 구달Jane Goodall 또한 암컷 침팬지가 자신의 은밀한 곳을 애무하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라고 언급했다. 오랑우탄 암컷이 발볼로 수음하는 놀라운 재주를 과시하는 장면도 관찰 되었다. 한편 작은 타마린은 '무아지경'에 이를 때까지 꼬리나 '부드러운 표면'을 이용했다.
P.127 몇몇 대담한 과학자들은 영장류 암컷이 정말 오르가슴을 느끼는지 측정하려고 했다. 수잰 슈발리에 스콜니코프 Suranne Chera-licr Skolnikoff는 야생 짧은꼬리마카크stumprail macaque의 성적 행동 을 자세히 관찰하여 실제로 암컷이 절정에 오른다는 결론을 내렸고 심지어 절정의 순간을 나타내는 특유의 둥근 입과 0자형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서 유용한 지침을 주었다.
P.128 인공 원숭이 음경을 사용해 실험실에서 히말라야원숭이 암컷 세 마리를 손수 자극하여 오르가슴을 유도함으로써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원숭이들은 강아지 가슴줄에 묶여 심장 모니터에 연결되었고 버턴은 용감하게 암컷마다 5분씩 생식기 촉진을 실시했다.
이보다 섹시하지 못한 임상적 환경을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세 마리 모두 마스터스와 존슨이 인간의 오르가슴을 정의 하면서 제시한 성적 반응 4단계 중에서 세 가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심지어 두 마리는 인간 여성이 경험하는 오르가슴의 특징인 ‘집중적인 질 경련'까지 보였다. 버턴은 잠정적으로 히말라야원숭이 암컷은 실제로 절정에 오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P.133 만약 정절이 여성의 타고난 자질이라면 왜 그렇게 많은 문화에서 여성의 성생활을 통제하려고 애를 쓰겠냐고 허디는 묻는다. 통제 수단이 비방의 말이든 이혼이든 심하게는 할레이든 간에, 그 이면에는 여성을 방치하면 성적으로 난잡해 진다는 보편에 가까운 의심이 깔려 있다. 허디가 지지하는 새로운 관점은 여성이 가진 성적 성향의 잠재력을 억제하고 제한하기 위해 가부장적 사회 체계가 진화했다고 본다.
P.151 클라크가 알려주기 전에는 거미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커다란 거미가 모두 암컷인 줄 몰랐다. 수거미는 거미집을 짓거나 사냥할 시간이 거의 없는 가녀린 생물이다. 독니와 독주머니도 작은 편이다. 맹독을 조제하고 정교한 집을 짓는 이는 모두 암거미다.
P.156 육아거미psaurina mira는 섹스 중에 수거미가 가벼운 신체 결박을 시도한다고 알려진 30종의 거미 중 하나이다. 수거미는 암거미의 집에 몰래 들어가 특수한 한 쌍의 긴 다리로 암거미를 붙잡아 제 거미줄로 사지를 묶는 동안 독니의 공격을 피한다. 암거미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수거미는 안전하게 교미할 수 있다. 더듬이다리를 느긋하게 여러 차례 삽입하여 정자가 수정될 확률을 높인다. 거사를 치른 수컷은 암컷이 비단실 족쇄를 푸는 동안 줄행랑친다.
다윈의나무껍질거미cacrostis darum)는 구강성교로 판돈을 올렸다. 수거미는 연인을 먼저 거미줄로 묶고 교미 전후와 교미 도중에 암거미의 생식기에 침을 묻힌다. 이런 성행위는 포유류 외에는 목격된 적이 없다. 거미에서의 기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먼저 교미를 마친 다른 구혼자의 정자를 소화해 새끼의 친부가 될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점선늑대거미 Rabidosa puncrulata 수놈에게는 스리섬 threesome이 가장 안정한 성행위다. 교미 중인 커플을 우연히 마주친 총각이 제 운명을 시험하며 슬쩍 파티에 합류한다. 교미에 성공한 수컷을 이미 암거미가 먹어버린 상태라면 뒤늦게 침입한 수컷이 잡아먹힐 확률이 낮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두 마리 수거미 사이에서 벌어진 생식기 스파링을 관찰했는데, 전반적으로 예의 바르게 번갈 아가며 더듬이다리를 삽입하는 놀라울 정도로 질서정연한 과정이 었다고 기록했다.
불가능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원격 교미remote copulation’ 라는 현명한 전략이 있다. 수컷이 제 생식기에 영원한 이별을 고한 채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습성이다. 말라바거미Nephilegys malabarensis는 교미 중에 위협을 느끼면 더듬이다리를 분질러버리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이때 남은 다리는 몸이 없이도 알아서 계속 정자를 펌프질한다. 덤으로, 절단된 생식기는 암거미의 생식공을 막아서 다른 수컷과 짝짓기하지 못하게 한다. 당연히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자발적으로 거세한 수컷은 더 이상 씨를 뿌릴 수 없다. 한 번의 기회에 올인한 셈이다.
동쪽 포식에 맞서는 가장 소름 끼치는 전략상은 긴호랑거미 hoop bnenith 에게 돌아간다. 긴호랑거미의 영어식 일반명은 '말 벌거 wasp spider 인데 몸통에 말벌과 비슷한 노랑 검정 줄무늬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수놈은 일부러 어린 암거미를 찾아 어른이 될 때까지 옆에서 지킨다. 성인이 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탈피한 암거미는 아직 외골격이 단단하게 굳지 않아 무력한 상태이므로 수컷을 공격하기는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오랜 세월 이때만 기다린 수거미가 놓칠세라 교미를 시도한다. 이 전략은 대단히 성공률이 높아서 탈피 중인 암거미와 교미한 수거미는 97퍼센트가 살아남지만, 암거미의 몸이 단단해진 후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미를 시도한 수거미 중 목숨을 건진 건 고작 20퍼센트에 불과하다.
P.173 붉은등줄과부거미는 사람을 잘 물기도 하거니와 양변기 밑에서 돌아다니는 습성으로 악명 높다. “거미, 오스트레일리아 남성의 음경까지 물어뜯다"와 같은 헤드라인으로 세계적인 샤덴프로이데를 부채질하는 잔인한 혼례를 올린다.
P.175 ‘끼니로서의 수컷'은 성적 동족 포식을 진화적 적용으로 설명한 때 등장하는 인기 있는 이론이지만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수컷의 몸집이 암컷의 1~2퍼센트밖에 안 되기 때문에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들 중 하나였다. 배고픈 코끼리가 완두콩 한 알로 어찌 배를 채우겠는가.
하지만 헤베츠와 박사후 연구원인 스티븐 슈워츠 Stewen Schwart는 기발한 방식으로 이 가설을 실험했다. 검은낚시거미 암컷이 수 거미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같은 크기의 귀뚜라미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확실했다. 연인을 먹은 암거미는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보다 더 크고 생존력이 큰 새끼를 낳았다. 게다가 동족을 먹은 암거미가 어미 노릇도 더 잘했는데 이는 동족 포식이 단순히 열량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동족의 수컷에는 영양학적으로 이점이 있는 게 틀림없다.
P.182 이런 변이는 오랫동안 분류학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였다. 근연 관계인 종들 중에서 전반적인 형태가 너무 유사하여 생식기를 들여다봐야만 구별할 수 있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을 기재할 때 생식기에 관련된 부분은 한결같이 수컷 중심 이었다. 동물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음경의 형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다 보니 많은 (아마도 대부분) 동물 종에 대해 해부학, 행동학, 생리학적 측면보다 수컷의 생식기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곤충학자 사이에서 종을 동정할 때 생식기를 기준으로 삼는 관행은 표준이 되었고, 식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많은 곤충의 학명을 은밀한 부위의 특징으로 짓곤 했다. 예를 들어 파리의 일종인 카세누스 파키팔루스 Crosews pachyphalls는 ‘굵은 음경'을 가진 파리라는 뜻이다.
P.183 예를 들어 인간과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의 가장 큰 차이는 전뇌도, 치아의 배열도, 심지어 손가락의 유연성도 아니다. 바로 성기다. 침팬지의 음경은 귀두나 포 피가 없으며 음경뼈라고 하는 뼈에 의해 단단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수백 개의 작은 가시가 표면을 장식한다. 그와 비교하면 인간의 음경은 살덩어리로 된 단순한 관으로 두껍고 뭉툭하고 뼈가 없으며 (다행히) 가시도 없다.
저녁 식사와 데이트를 한 번에 해결하는 암거미의 성향은 빅토리아 시대 남성 동물학자들에게 여러모로 모욕적이었다.
악랄하고 지배적인 이 암컷 킬러들은 사랑이 전쟁이라는 사실을 진즉 알았을 뿐이다.
P.184 헨리에타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 판단되는 것에는 바로 빨간펜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이 빅토리아 시대의 여정부는 말년에 영국의 시골 지역에서 외설적으로 생긴 말뚝버섯Phallus imqudicus 박멸 운동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버섯을 보는 여성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P.187 브레넌은 여성의 생식기 이야기를 거 침없고 편안하게 꺼내며 성에 대한 보편적 불편함이 바로 여성 생식기 자료가 부족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분명 브레넌 자신은 공유 하지 않는 불편함이다.
"과학 하는 사람들도 모두 나름의 성향이 있어요. 나는 여성이고 나한테는 질이 있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게 당연 하죠." 브레넌이 특유의 솔직함으로 말했다.
P.189 각주
2018년 테트주Tetzoo 학회에서 고대 조류 화석 전문가인 앨버트 첸Albert Chen에게 공룡의 음경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한마디로 답했다. "무시무시하죠." 호기심 많고 용감한 독자들은 타조 음경의 이미지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아마 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이빨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P.191 1970년대 이후로 생물학자들은 동물에서 성적으로 강압적인 행동을 묘사할 때 강간'이 아닌 "강제된 교미'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인간에서의 강간은 오리나 빈대에게 적용 되지 않은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발생한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 이것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원주의에 기반해 인간의 강간은 생물학적으로 결정 된다고 제안한 소수의 남성 진화심리학자들은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주장은 광범위하게 비판받아왔다. 성선택 이론에 따라 모든 남성의 내면에는 강간범이 살고 있다는 주장의 위험성 때문에 동물에 관해 말할 때는 인간적인 용어를 철저히 배제하게 되었다.
P.193 브레넌은 자신의 가설을 시험해보기로 하고 여름 번식 철에 알래스카로 가서 16종의 물새를 수집해왔다. 음경이 가장 긴 좋은 실제로 암컷의 생식 배관도 좀 더 구불구불하고 장애물이 심하며 강제된 교미가 만연했다. 백조나 캐나다기러기처럼 일부일처에 텃세가 심한 종의 음경은 훨씬 수수했고 암컷의 질도 그에 상응하여 단순한 편이었다. 브레넌의 눈에는 수컷과 암컷의 생식기가 피차 적대적으로 공진화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P.195 "암오리는 배설강 윙크를 해요. 나는 네 것이니 데려가라는 보편적인 신호죠." 브레넌이 설명했다. 암오리가 알을 넣을 때는 난관으로 상당한 크기의 물체를 이동시킨다. 즉, 암컷에게 질의 내 강을 확장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강제로 교미가 일어날 때는 암오리가 윙크를 하지 않고 질도 이렇게 정신없이 꼬여 있는 비수용 상태를 유지하지요." 하지만 암컷이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 때는 원치 않는 수컷 때와 달리 질의 내강을 활짝 열어 음경이 생식관을 따라 깊숙이 들어오게 한다. 누구와 짝짓기할지 결정할 수는 없어도 알의 친부를 결정할 수는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목표 아니겠는가.
P.207 질주하는 올림픽 주자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정자 는 자신의 동력만으로 수정의 장소로까지 이동하기에는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고 방향을 조정하는 기술도 변변치 않다. 정자는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다. 어떤 영장류에서는 정자의 흡수 정도가 오르가슴 시 암컷의 수축과 관련이 있다. 절정에 올랐을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자궁과 난관을 수축시키는데 그 힘으로 정자가 '위 쪽으로 밀려 올라가' 난자까지 가는 길에 속력이 가속된다. 사육 상태에서 일본마카크원숭이 Macaca fiscata를 연구했더니 암컷은 사 회적 지위가 높고 지배력이 있는 수컷과 짝짓기할 때 오르가슴과 유사한 반응에 도달할 가능성이 더 컸다. 그 수컷의 정자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P.208 최근 여성의 오르가슴에 대한 한 조사에서는 여성이 절정에 오르는 것이 수태를 촉진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연구팀은 여성의 오르가슴이 데스몬드 모리스의 주장처럼 남성의 오르가슴이나 배우자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증거는 인간의 오르가슴이 여성의 난자가 양질의 아비를 선택 하는 은밀한 도구였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자들은 3장에서 나온 사회적 일부일처인 동부요정굴뚝새와 두건솔새 암컷처럼 인류의 조상도 뒤섞인 번식 전략을 추구했을지도 모른다고 제안한다. 상대의 투자 잠재력을 보고 사회적 배우자를 선택한 다음, 실제로 배란기에는 몰래 양질의 남성과 오르가슴을 느끼는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교미와 관련된 은밀한 배우자 선택의 메커니즘은 암컷에게 최소한의 친부 결정권을 쥐여줄 것이다. 비록 성적 선택은 가족의 영향이나 성적 강압에 억제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암컷의 생식기를 조사하면 할수록 암컷에게 난자의 수정 권 한이 더 많이 주어지고 원래 중요했던 '정자 경주'는 어이없는 발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포유류의 정자는 암컷의 개입 없이는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 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제로 정자는 수정능획득capacitation 이라는 활성화 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난자와 융합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정자는 화학적으로 변형되는데 그 과정에 자궁의 분비물이 개입하고 있어 결국 여성의 통제하에 있는 셈이다.
P.217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존 메이너드 스미스Jjohn Maynard Smith는 '수컷 수유의 사례가 하나 도 진화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젖을 생산하는 수컷이라는 절충적 집단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도로 진화한 '새로운 남성'이 될 수는 없을까? 1992년에 토머스 쿤츠Thomas Kunz와 찰스 프랜시스Charles Francis는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에서 박쥐 개체수를 조사하던 중에 처음으로 수컷이 젖을 생산하는 다약과일박쥐Dyacoperws padciws 를 발견했다. 프랜시스가 처음에 포획 그물에서 박쥐의 상체를 보았을 때 눈에 띄게 큰 젖꼭지를 보고 암컷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랫도리를 보니 확실히 수놈이었다. 포획한 열 마리 모두 젖꼭지를 누르자 소량의 젖이 나왔다. 다약과일박쥐의 경우 수컷에도 유선이 발달하여 생리학적으로 수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젖의 양은 암컷에 비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수컷이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이 목격된 적은 없고 젖꼭지 모양이 '암컷보다 작고 뿔 모양이 덜한' 것으로 미루어 실제로 젖을 빨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비슷한 현상이 비스마르크가면날여우박쥐Pteropus cpistans에서도 관찰되었다. 수컷이 젖을 생산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떤 진화적 이점이 있다기보다는 식단의 문제로 보인다. 많은 식물에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는데 그런 식물을 먹으면 수컷이라도 유선 조직이 발달할 수 있다. 이는 근친교배 한 양의 이야기와도 일치한다. 또한 식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포로의 경우에도 원인으로 꼽힌다. 감금에서 풀려나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자 그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젖이 나온 것이다. 간경화 증도 비슷한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P.220 "새끼 돌보기 행동을 추진하는 회로는 암수가 모두 똑같아요." 오코넬이 내게 말했다. 다시 말하면, 한 성만 새끼를 돌보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 둘 다 양육의 분능을 자극하는 뇌 구조를 장착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한 성만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모성' 본능이 암컷에게만 있다는 발상이 적어도 개구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유류는 어떨까? 암사자가 대부분 양육을 전담하고 수사 자는 새끼를 키우는 일에 시큰둥한 짐승 말이다.
예를 들어 설치류에서 숫총각은 공격적이고 영아 살해의 본능 때문에 갓 태어난 새끼를 일상적으로 해하거나 죽인다. 하버드 대학교 분자생물학 및 세포생물학과 교수인 캐서린 뒬락 Cahkerine Duhic은 이런 살인적인 생쥐 수컷도 시상하부의 갈라닌 뉴런을 자극하면 세상에 둘도 없이 다정한 아빠로 변신한다는 것을 보였다. "마치 부모되기 버튼 같아요." 뒬락이 줌으로 나눈 대화에서 내게 말했다.
P.221 뒬락은 두 종류의 뉴런을 발견했다. 하나는 새끼 돌보기 행동 을 하게 하는 갈라닌 뉴런이고, 다른 하나는 영아 살해 충동을 일으키는 우로코르틴urocortin 뉴런이다. 두 뉴런은 서로에게 직접 작용하여 하나를 자극하면 다른 하나가 억제된다. 따라서 두 행동 은 상호배타적이다. 새끼를 돌보면서 새끼를 죽이지 못한다는 말이다.
P.224 부모되기의 신경 회로를 전반적으로 더 잘 이해한다면 모성애와 관련된 정신 질환 치료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산후우울증 을 겪는 여성들의 증언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자기 아이를 해치고 싶다는 강박에 시달렸거든요. 여성 자신에게도 굉장히 불안한 일입니다. ”
P.236 뉴트리아나 말사슴처럼 성을 조작하는 다른 포유류에서는 어미가 전략적 유산을 한다.
암컷이 자신의 생식적 운명을 이처럼 잔인하게 통제한다는 것이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단체에게는 반갑지 않게 들릴 수도 있 다. 그러나 자연은 확실히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게 진실이다. 유산은 자신이나 새끼가 위험해지는 불리한 상황에서 많은 동물의 어미가 임신의 어느 단계에서든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적응 성 전략이다. 심지어 판다도 그렇게 한다.
나는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대왕판다 티엔 티엔의 출산 장면을 영상에 담기 위해 여름 내내 기다린 적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동물원 측으로부터 티엔티엔이 무모하게도 '태아를 흡수해'버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 세계의 관심 어린 눈과 잠재적 TV 시청률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이는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불행한 어미가 되길 피하려는 흔하고도 신중한 곰의 해결책이었다.(또한 제 자식을 평생 철창 안에서 살아야 하는 종신형으로부터 구했기도 했고.)
P.242 섹스의 여운이라는 것도 옥시토신이 섹스 파트너와의 유대감을 격려한 결과물이다. 옥시토신은 이례적인 일부일처성 프레리밭쥐가 평생 한 배우자에게 충성하게 하는 접착제이다. 또한 침팬지들이 서로의 털을 손질할 때도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우정과 동맹이 강화된다. 심지어 내가 우리 집 개를 바라볼 때도 옥시토신이 방출된다.
P.264 암컷들의 요구가 너무 과해서 수컷이 지쳐 나자빠지는 일이 드물지 않아요. 브로 예르겐센의 말이다.
이 최고의 수컷은 기운만 소진될 뿐 아니라 정자도 고갈된다. 3장에서 본 것처럼 베테랑 진화생물학자들의 소망과 달리 정자 공급은 값싸고 무한한 것이 아니다. 브로 예르겐센은 토피영양 암놈이 누구나 탐내는 이성의 얼마 되지 않는 정액을 두고 피 터지게 싸운다는 걸 발견했다. 어떤 뱃심 좋은 암놈은 최고의 섹시남을 만나면 다른 암컷 등에 올라타는 걸 보고도 무작정 돌진한다.
P.315 여우원숭이 수컷의 정액은 암컷의 몸에 들어가면 고무처럼 단단해져서 '교미 마개 copulatory plug'를 형성한다. 엉겨 붙는 정액으로 질을 막아버려 일시적으로 정절을 강제하는 것이다.
P.330 사실 보노보는 정식으로 기재된 마지막 대형 포유류의 하나다. 보노보는 벨기에 식민지 박물관의 먼지 쌓인 문서 보관소에 서 분류학자들이 처음 발견했다. 1929년 에른스트 슈바르츠 Ernst schwartz라는 독일 해부학자가 크기가 작아 침팬지 새끼로 기재된 두개골 하나를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 해부학자의 기분을 찜찜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 두개골이 성체의 것이라고 확신한 슈바르츠는 세상에 자신이 새로운 침팬지 아종을 발견 했다고 선언했다.
P.331 무시무시하게 똑똑한 사람이지만 하트 모양의 분홍색 선글라스를 흔들며 나타나는 순간 나를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P.335 구속이 없는 만큼 보노보의 성생활은 무척 창의적이다. 예를 들어 수컷은 "음경 펜싱"을 통해 벗과 즐겁게 지낸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상태로 서로 '검'을 비비는 것이다.(실로 대단한 제주다)
암컷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고 또 선호되는 성행위는 앞에서 언급 한 G-G 문지르기로, 만약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수컷과의 섹스보다 G-G를 선택할 것이다.
"보노보 세계에는 100퍼센트 이성애도, 100퍼센트 동성애도 없습니다. 모두 양성애자예요. 패리시의 말이다
P.335 또한 보노보의 성행위는 놀라울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보노보는 서로의 눈을 그윽하게 쳐다보고 혀를 이용해 열정적으로 키스하며 구강성교를 하고, 심지어 자위 기구까지 만든다. 오리건 대학교 생물인류학자 프랜시스 화이트 Frances white는 한 보노보 암컷이 울퉁불퉁한 막대기를 사용하여 즐거움을 얻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보노보 성 레퍼토리의 극 보수적인 결말이다. 보노보는 이성과 섹스를 할 때 종종 정상 체위를 시도한다. 이는 다른 영장류에서는 전혀 관찰된 바가 없는 사실이다. 침팬지는 암수가 얼굴을 마주 보는 섹스를 하지 않지만, 야생에서 보노보는 세 번 중 한 번꼴로 정상 체위를 시도한다. 보노보의 성행위가 일면 인간을 닮았다는 최초의 제안은 1950년대로 거슬러가지만 이 논문을 쓴 과학자들은 해당 부분을 라틴어로 보고하여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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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성교는 인간의 전유물로서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문화적 혁신이었다. (그래서 '선교사 체위'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런 초기 연구는 과학계에서 의도적으로 신중하게 무시되었다. 보노보 성생활의 완전한 영광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성 해방 시대가 도래한 후이다.
P.349 폐경은 동물의 왕국에서 극도로 귀한 현상이다. 사실 이론상 존재할 수 없는 단계이다. 자연선택은 생식력 소실에 가차없다. 그건 당연한 이치다. 살아 있는 목적이 번식이라면, 더 이상 신선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없는 동물은 목숨을 부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땅거북, 금강앵무, 아프리카코끼리 같은 유명한 장수 동물도 말년까지 계속 번식한다.
따라서 오랫동안 우리 인간은 폐경하는 괴짜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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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종의 포유류 중에서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완경에 이른다고 알려진 종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뿐이다."
P.356 암살자 고래kilter whale 라는 살벌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고래 전문가들은 범고래 수컷을 '덩치만 큰 마마보이'라고 부른다. 평생 엄마의 몇 미터 반경을 벗어나지 않으며, 엄마가 나눠주는 먹잇감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크로프트 팀은 만약 범고래 수컷의 어미가 아들의 30번째 생일 이전에 죽으면 어미가 살아 있는 범고래에 비해 아들 범고래가 다음해에 죽을 가능성이 3배가 높아진다. 어미가 아들이 30세가 된 이후에 죽으면 아들이 다음해에 죽을 확률은 8배로 늘어난다. 어미가 폐경 이후에 죽으면 아들이 다음해에 죽 을 가능성은 14배나 된다.
P.390 레이산알바트로스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유일한 레즈비언 개척자가 아니다. 오아후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나는 알바트로스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컷을 완전히 배제한 말도 안 되는 생물을 만나기 위해 섬을 가로질러 달렸다. 매끈비늘도마뱀붙이 Lepido-dactylus lugubris 개체군은 암컷으로만 이루어졌고 수컷은 아예 존재 하지 않는다. 이 도마뱀은 대단히 성공한 종으로서 오직 복제를 통해 수컷의 개입이 전혀 없이 이 섬에서 식민지를 건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