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은 예민하다 - 김효원

_ㅅ 2024. 9. 2. 00:04



P.17 되돌아보면 늘 가장 힘든 사람은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 자신이었다.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상하고 유별나게 여겨져 남들보다 좀더 힘든 삶을 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전염되어 상처받고, 주변 환경의 감각적 자극에 영향받아 쉬이 피곤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꿰뚫어보는 비범함과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조절해야 한다. 아이 스스로도 세상에 조금씩 맞춰가려고 노력해야 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한편이 돼주어야 한다.

P.19 알렉산더 토머스와 스텔라 체스는 아기들이 태어날 때 이미 서로 다른 기질을 지닌다면서, 그중 약 40퍼센트가 순한 기질, 10퍼센트가 까다로운 기질, 15퍼센트가 늦는 기질이라고 했다.

P.28 그래서 아기들은 엄마가 화장실에 가거나 밥할 때도 떨어지지 못한다. 그러다가 2~3세경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 즉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내 앞에 있지 않아도 어디엔가 있고,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분리불안을 극복하게 된다.

P.36 토머스와 체스의 기질의 9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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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산만도 : 외부 자극에 쉽게 방해를 받는 정도. 예민한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감지하기 때문에 산만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조용한 환경에서는 높은 집중력을 보인다.

P.38 빅파이브 성격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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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성 :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하고 외부 자극과 활력을 추구하는 성향. 사회와 현실 세계에 의욕적으로 접근하는 속성과 관련되며, 사회성, 활동성, 적극성과 같은 특질을 포함한다.
신경증 : 분노, 우울, 불안감과 같은 불쾌한 정서를 쉽게 느끼는 성향. 부정적인 감정 및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과 관계된 것으로, 걱정, 두려움, 슬픔, 긴장 등과 같은 특질을 포함한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 : 보수주의에 반대되는 성향. 개인의 심리 및 경험의 다양성과 관련된 것으로 지능, 상상력, 고정관념의 타파, 심 미적인 것에 대한 관심, 다양성에의 욕구, 품위 등의 특질을 포함한다.

P.39 클로닌저의 기질과 성격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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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추구 : 새롭거나 낯선 것에 끌리고 일단 시도해보는 성향. 자극 추구가 높은 아이들은 낯선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열정적으로 탐색한다. 그러나 욕구가 좌절되면 쉽게 화내거나, 뭔가를 꾸준히 노력하며 이루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사회적 민감성 : 타인의 감정, 표정 등 사회적 신호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반응하는 성향. 이것이 높으면 갓난아기 때부터 돌보는 사람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고 눈 맞춤을 잘한다. 자라면서도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하고 주변 사람의 칭찬이나 인정에 반응해 행동을 조절한다.

P.65 유현이 같은 아이를 돌볼 때 가장 중요한 일은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다. 짜증 내거나 난리 칠 때 아이들은 지금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 마음을 읽고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얘기해준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면 엄마가 바로 안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화났구나" "잉 소리 듣고 벌레가 나올까봐 불안해 졌구나" 하고 예상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해준다. 그러면 우선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아이가 많이 흥분한 상태라면 감 정 읽어주는 것을 여러 번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흥분이 가라앉으면,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며 함께 느낌으로써 더 깊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공감 이라고 한다. "네가 느끼는 감정이, 네 상황과 맥락을 고려할 때 당연하고 이해할 만하다"고 전달하는 것을 ‘감정 알아주기Emotional Validation’ 라고 한다. 관계 속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가장 위로받는 순간은 대개 내 감정을 상대가 알아주고, 그렇게 슬픈 게, 그렇게 화난 게, 그렇게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즉 '감정 알아주기'는 공감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예민한 아이들은 누군가 자기감정을 알아주면, 감정이란 달래고 조절하고 말로 풀어내야 하는 것임을 차츰 깨닫는다.

P.89  이런 아이들은 음식을 흘리거나 옷을 더럽히더라도, 혼자 먹도록 기회를 주는 것 이 자율성 획득에 도움 되고 먹는 것에 대한 흥미도 높일 수 있다. 부모가 핀잔주거나 잔소리하면 아이는 잘할 수 없다는 마음에 부 모에게 의존적이 되거나 화내면서 더 안 먹으려 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메뉴를 정하게 하거나 요리 방법을 선택하게 하는 것도 자율성을 키우면서 더 잘 먹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P.94 옷 입을 때도 부드러운 재질을 선호하고 청바지같이 거친 재질은 좋아하지 않았다. 옷 입을 때 조금만 불편하면 다른 옷을 입겠 다고 했다. 옷의 상표가 보이면 잘라달라고 했고, 양말이 살짝 돌아가서 불편하거나 발목을 조이면 벗어버렸다. 물놀이는 좋아하지 만 얼굴에 물이 튀는 것은 싫어했고, 손에 뭐가 묻는 것을 안 좋아 해서 모래놀이나 진흙놀이는 안 하려고 했다. 얼굴이나 손에 뭔가가 묻으면 바로 털거나 닦으려고 했다. 손을 씻는 것은 괜찮은데, 세수할 때 눈에 물이 들어갈까봐 불안해했고 머리 감을 때 물이 눈 쪽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얼굴에 로션 바르는 것조차 꺼렸다. 편식도 심해 단맛을 좋아하고 향이 강한 오이나 당근 같은 야채는 먹지 않았다. 두부나 푸딩같이 물컹한 식감을 가진 음식도 거부했다.

P.112 엄마는 다정하고 곰살맞은 성격이 아니어서 아이를 안거나 스킨십을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지우가 엄마 손을 직접 끌어다 본인 머리를 쓰다듬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P.135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아이를 오랫동안 놀이치료했던 경험을 담은 글이 2013년 한미수필문학상 대상을 받았는데,

P.139 기원이도 이런 감정을 주변 어른들에게 터트려왔던 것 같다. 어릴 때 뜻대로 되지 않거나 감정이 조금이라도 상하면 마음이 풀릴 때까지 자기를 꼭 안아달라거나 가족들이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며 고집 부렸던 것도 불편감에 대한 표현이었던 듯하다. 이런 아이 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터트릴 때 스스로 압도되어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인지하거나 조절하지 못하곤 한다. 따라서 감정을 보듬고 읽어주는 경험을 통해 이것이 조절하고 말로 풀어내야 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화와 짜증을 내는 방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P.200 수민이는 내면의 불안감과 긴장을 통제하고 억제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다보니,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에 직면하면 여러 정보 를 정리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 친구의 기분이 안 좋거나 선생님이 야단을 치거나 아빠가 집을 나간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적절하게 자기 행동과 연관짓고, 혼자서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대인관계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지나치게 민감해 소소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면 쉽게 기분이 상했다. 또 상황에 맞게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긴장이나 불안 상황에서 부적절하게 화를 내는 패턴을 보였고, 이 때문에 필요로 하는 정서적 지지를 얻지 못해 거절당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자 정서적 소외감과 고립감은 더 깊어졌다

P.256 아이들은 몸을 만지다가 어떤 부위가 다른 부위보다 더 기분 좋다는 것을 발견하면, 자주 그 부위를 자극하면서 놀게 된다. 특 히 심심할 때, 불안하고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성기를 가지고 장난 칠 수 있다. 그런데 사춘기 이후 아이들의 자위와는 달리 유아 자 위에는 성적인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의 행동에 과도하게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부모가 호들갑을 떨거나 심하게 야단치면 아이들은 크게 의미가 없던 행동을 성적이거나 나쁜 행동이라고 여기면서,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연우 엄마처럼 밤새 아이가 자위하지 않는지 지켜본다면, 아이는 유아 자위를 굉장히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 부정적인 관심조차 관심을 받는 일에 속하기에 오히려 자위 행위가 강화될 수 있다. 엄마의 불안을 낮추기 위한 행동이 아이의 불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P.290 항상 아이의 주장을 존중하고 원하는 대로 해주려 하면서, 오히려 아이가 적절한 좌절과 실패를 견디고 이겨낼 기회를 박탈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