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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집이 있다는 것

집이 있다는 것

 

집을 “소유” 한다는 것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보유한다는 것에서 오는 충족감

 

힘들 때 기댈곳도 도망갈곳도 없는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으로 산다는 건 정말 미칠 것 같은 일이다.

 

그래서 품는 생각들 그래서 포기하는 생각들

 

내 집을 갖는 욕망을 그렇게 오래도 품었었다. 집이 아니더라도 작은 공간을, 방 한 켠을, 창고를, 자그마한 땅을… 그냥 사람 하나 드러누울 수 있는 공간을… 아니 그냥 내 물건 넣을 수 있는 보관함 딱 한칸 짜리의 공간을… 내 몸 하나 꾸역꾸역 넣으면 어떻게든 들어갈 자리를. 이 지구에 이 땅에 여기가 내 영역이요 할수있는 곳을 그리도 원했다

 

 

 

지은지 오래돼도 괜찮아요. 수압이 낮아도 괜찮아요. 벌레가 많아도 괜찮아요. 빛이 잘 안들어와도 가구가 없어도 벽이 얇아도 곰팡이가 슬어도 물이 새서 뚝뚝 흘러도 물이 안나와도 전기가 안들어와도 수도가스전기인터넷다좋으니까

그냥 나 누울 자리 하나만 주세요.

 

남 탓 하는 열등감 덩어리가 되던가 성냥팔이 소녀 돼서 하루종일 망상만 하다 죽던가

나는 후자로 살다가 죽을때쯤 오해로 인해 내 명의의 내 소유의 집을 가지게 되는 건가? 하는 착각을 잠깐동안 가졌었다. 진짜 정말 오해였는데

 

진짜 정말 잠깐동안

아 숨통 트인다. 그런 생각 을

정말 오랜만에 했다.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을 한 게 언젠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아 살만한것같다.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진짜로 그런 생각을

 

 

 

나도 집 없어 우리때에 우리 나이에 집 가지고 있는게 흔한가? 솔직히 어렵잖아. 그런데 넌 왜 자꾸 집 집 거리는거야? 집이 그렇게 갖고싶어? 신기하다. 나는 취직이나 하고싶어. 엄마가 자꾸 빨리 취직하래. 공백기간 길어지면 안된다면서 …

 

넌 본가가 있잖아. 널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잖아. 넌 돌아갈 곳이 있잖아. 너가 힘들면 도와 줄 사람들이 있잖아. 설령 사이가 안좋더라도 농담조로 남한테 말할 수 있을만큼의 정도잖아. 넌 네 몸 편히 뉘어 쉴 곳이 있잖아. 그럴 공간 있잖아. 넌 돌아갈 곳이 있잖아. 도망갈 곳이 있잖아.

 

난 아무것도 없어

사실 매일이 낭떠러지에서 안 떨어지게 버티는 것만 같은데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겠고 내 삶을 놓는 포기하는 상상을 수십번도 수백번도 수천번도 더했는데 도망갈곳도 없어서 할수있을때까지 회피하고 또 회피하다 피할 수 없으면 그제서야 억지로 토 참으면서 마주하고 또 정신병걸리고 또 병신들 만나고 또 또 또 또 또

 

열등감으로 가득 찬 인간이어도 그렇게 보이면 안되니까

 

그냥 집 갖고싶다. 그렇게만

 

그런데 내가 느낀 안정감을 (그게 가짜더라도) 다시 느끼고 싶어서 가끔은 정말 내 집이 있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정말로 안정이 된다. 진짜처럼.

 

가짜더라도 진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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