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의 시대 - 프란스 드 발

공감이란 키워드를 가진 모든 책을 읽는게 목표
그래서 읽었기도 했고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한 책이라 읽었던듯


p.8 하지만 공감은 우리와 유전자의 99퍼센트가량을 공유하는 침팬치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우리와 진화적으로 그리 가깝지 않은 온갖 동물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동물의 공감이 진화적으로 뿌리가 깊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처럼 남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p.24 분명히 경쟁도 우리 모습의 일부이지만, 인간은 경쟁만으로는 살 수 없다.

p.26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몸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슬픈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는 어깨를 떨어뜨리고 머리를 상대와 같이 한쪽으로 기울이고 상대방의 찌푸림을 따라 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 이런 신체 변화로 인해 결국 상대방에게서 감지한 것과 똑같이 우울한 상태가 된다. 우리 머리가 상대방을 이해하기 전에 우리의 몸이 상대의 몸 상태를 가늠한다. 똑같은 이치가 행복해지는 감정에도 적용된다.

p.27 표정과 몸짓으로 전해지는 심리 상태는 상당히 강렬한 것으로서 매일같이 이런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비슷해지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함께 산 부부들의 사진으로 이를 실험해보았다. 결혼식 날 찍은 사진들과 그로부터 25년 후에 찍은 사진들을 섞어놓은 후 피험자들에게 사진을 보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끼리 짝을 짓도록 요청했다. 사람들은 25년 후의 사진에서는 누가 누구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지를 맞추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결혼할 때의 사진에서는 영 맞추질 못했다. 부부가 서로 닮은 것은 그들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귀기 때문이 이나라 시간이 흐르면서 생김새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닮은 정도가 가장 높은 커플이 가장 행복도가 높았다. 

p.28 사람에게 죽음 다음으로 가장 심한 벌이 독방 감금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유대 관계는 사람에게 아주 유익한 것으로, 사람의 수명을 길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결혼하여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일면은 우리가 짝을 잃었을 때 처하는 위험이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생에 대한 의지가 줄어들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남은 한 사람이 차 사고, 알코올 중독, 심장마비, 암 등으로 사망하느 이유이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후 반년 동안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늙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에게서,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p.43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가 황폐해진 1960년대에 인간은 흔히 '살인마 유인원'으로 묘사되었다. 진짜 유인원은 정반대로 평화주의자로 여겨졌다. 공격성은 인간의 특징으로 여겨졌다. 내가 인간이 평화의 천사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살인 행위와 전쟁 행위 사이에 선을 그을 필요는 있다. 전쟁 행위는 수많은 집단의 탄탄한 계급 구조 위에 존재한다. 그런데 그 모든 집단이 공격성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은 단지 명령에 따를 뿐이다. 나폴레옹의 군인들은 공격적인 감정 때문에 그렇게 추운 러시아로 행군한 게 아니며, 미국 군인들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이라크로 날아간게 아니다. 전쟁에 나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중앙 정부에 있는 나이 든 사람들이 결정한다. 행군하고 있는 군인의 행동에 반드시 공격성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집단 본능을 본다. 상사에게 복종할 준비가 된 채 밀집 행진을 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 말이다.

p.51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진화론을 믿지 않는 사람?" 이라는 질문에 세 명 이상의 후보자가 손을 들었다.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기를 주저하는 것이나 동물원과 자연사박물관에서 진화라는 단어를 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생물학과의 애증관계는 미국 정치계의 첫 번째 중대한 모순이다.

p.54 만약 강한 품종들이 하위 품종들을 희생시키고 진보한다면, 그것은 '사실'일 뿐만 아니라 '당위'라고 그는 생각했다. 경쟁은 좋은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며 사회 전체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었다.

p.79 정확히 바로 이것이 공감과 동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더 높은 상상의 영역이나, 내가 그 사람의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느낄지 의식적으로 재현해보는 능력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과 동정은 훨씬 더 쉽게, 신체가 일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른 사람이 뛸 때 같이 뛰는 것, 웃을 때 따라 웃는 것, 울 때 같이 우는 것, 또는 다른 사람이 하품을 할 때 따라서 하품하는 것 말이다. 우리 대부분은 심지어 하품을 한다고 언급하기만 해도 하품을 하게 되는 믿기 어려운 단계까지 발달해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하품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얼굴을 맞대고  한 경험을 많이 해본 후에만 일어난다.

p.84 주목할 만한 것은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하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는 자폐증 증상을 규정하는 사회적 분리를 잘 보여준다.

p.91 우리 침팬지들은 야외에 살고 있으며 실험은 침팬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우리는 침팬지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저 그들이 실험하러 들어오기를 바란다(사실 침팬지들은 자기의 이름을 알 뿐 아니라 다른 침팬지들의 이름도 알아서 다른 침팬지를 불러 오도록 부탁할 수도 있다).

p.91 보통 성체 수컷은 실험에 참여하기엔 너무 바쁘다. 수컷은 권력 투쟁과 서로의 짝짓기 사건을 일일이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한편 암컷들에게는 생식 주기와 새끼가 있다. 만약 암컷이 혼자 들어오면 새끼와 떨어져 굉장히 흥분할 것이기 때문에 실험을 힘들게 할 것이고, 반면 암컷이 가장 어린 새끼와 함께 들어온다면 상자가 누구 손에 돌아갈지는 뻔하다. 이 또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다. 만약 암컷이 성적으로 매력적인 상태 - 풍선처럼 부푼 생식기를 자랑하는 - 라면 실험에 기꺼이 참여할 수는 있지만, 따라 들어오고 싶어 하는 수컷 세 마리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며 전혀 집중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p.96 춤을 생각해보라. 파트너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보완해주고, 예상하고, 또 자기 자신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이끌어준다. 춤은 "우리는 일치해!"라고 외치는 행위다. 이것이 동물들이 수백만 년 동안 유대를 이룬 방법이다.

p.96 한 사람이 한 어린아이의 행동을 따라 하는 실험을 해보면(예를 들어 장난감을 탁자 위로 패대기치거나, 아이와 정말 똑같이 점프할 때), 똑같이 유치한 행동을 아이와 관계없이 했을 때보다 더 많은 미소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낭만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등을 뒤로 기댈 때 등을 뒤로 기대는 상대, 자기가 다리를 꼬았을 때 다리를 꼬는 상대, 자기가 잔을 들었을때 잔을 드는 상대에게 더 만족감을 느낀다.

p.99 내가 수마트라의 정글에서 처음 소리를 들어본 시아망Siamang을 예로 들겠다. 시아망은 커다란 검은 긴팔원숭이로 숲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나무 높은 곳에 올라가 노래를 한다. 이 소리는 새소리보다 훨씬 더 깊은 수준으로 나를 감동시키는 행복하고 감미로운 소리인데, 아마도 포유류가 내는 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아망의 노래는 어떤 새의 노래보다도 더 장엄하다.
~
시아망의 결혼 생활이 성공적인지는 노래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p.101 나는 'Einfühlung' 이란 단어를 더 선호하는데,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로 투영하는 움직임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립스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향한 특별한 통로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몸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융합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경험히 우리 안에서 반복된다. 다른 사람이 마치 우리 자신인 것처럼 느낀다. 립스는 이런 일치화가 학습, 연상, 또는 추리 등 어떤 다른 능력으로도 환원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감은 '외부 자아'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p.? 공감이 앞서 제시했듯이 정말 근본적인 것이라면, 인간의 본성에 관해 논의할 때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능력을 인간에게서만 찾을 이유도 없다. 따뜻한 피가 흐르고 털, 젖꼭지, 땀샘이 있는 포유류의 정의에 부합하는 생물체라면 누구나 애착과 공감이 나타나야 한다.
 이 말은 당연히 성가신 설치류도 포함된다는 뜻이다.

p.108 이 쥐들이 보여준 것은 고통 전이이다. 즉 다른 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봄으로써 자신의 고통이 강화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낯선 쥐의 고통에 대해서는 민감도가 '낮았다'. 쥐는 눈에 띄게 수동적이 됐다. 하지만 이런 반공감적인 반응은 수컷들에게만 나타났다. 수컷들은 또한 서로에게 잠재적으로 가장 심하게 적대적인 존재다. 수컷들은 경쟁자에게 덜 공감하는 걸까?
 이런 성별 차이를 보면, 인간이 다른 사람의 괴로움에 어떻게 공감하는지 연상하게 한다. 함께 협업하던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뇌의 고통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된다. 이것은 여성이나 남성이 똑같다. 그런데 뇌를 스캔하기 전에 상대방이 게임에서 반칙을 하도록 한 후 같은 실험을 한 연구가 있었다. 속임을 당했을 때 우리는 공감의 반대의 현상을 보여준다. 상대방의 고통을 보면 뇌의 '기쁨'을 담당하는 부분이 활성화된다. 상대방의 괴로움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남의 불행이 나의 기쁨이 되는 경우는 남자에 한해서만 나타난다. 여자는 여전히 공감을 보인다.

p.? 사람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말에게서도 심장 박동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관찰됐고, 반대로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사람의 경우도 그랬다. 실제로 반려동물은 심장병 환자에게 점점 더 많이 권고되고 있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아주 효과적이다.

p.131 미국인 심리학자 로렌 위스페Lauren Wispe는 다음과 같은 정의를 제시한다.
 동정의 정의에는 두 가지 부분이 있다. 첫째, 타인의 감정에 대한 깊은 인식, 둘째, 타인의 곤경을 완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 무엇이든 감수하려는 충동

p.179 돌고래들과 '돌고래 언어'로 말하며 과학이 습득한 것은 홀아비 돌고래들이 유난히 여성 연구원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점뿐이다.

p.195 동시발생 가설은 개체발생학, 계통발생학, 그리고 신경생물학을 함께 묶는 잘 구성된 이야기를 제안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모든 것을 더 갖고 있다 해도 인간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인간은 공감도, VEN 세포도, 자기인식도 모두 더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다른 동물을 넘어서서 우리의 생김새에 대한 자기의식이 있고, 이에 대한 정확한 의견이 있다. 누구는 자신의 생김새를 싫어하고 누구는 좋아한다. 우리는 매일 거울 앞에서 우리 자신에게 면도나 빗질이나 꾸미기를 한다. 우리는 자신을 알아볼 뿐 아니라 외모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것은 완전히 독특한 것은 아닐수도 있지만(독일의 동물원에 있는 한 오랑우탄은 머리에 양배추 잎을 쌓은 다음 거울로 결과를 확인하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우리 종은 확실히 이 행성 최고의 나르시시스트다.

p.266 ~우리는 이걸 '경쟁적인 보상 competitive reward'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경쟁에 관심이 있는 우리를 보고 '공산주의자들'임에 틀림없다고 하는 난데없는 이메일을 받고 우리가 얼마나 황당했을지 상상이 가리라. 그 이유는 누가 공정성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겠냐는 것이었다. 

p.267 우리는 정말 이상한 이메일을 많이 받지만(가장 최근의 예는 털이 정말 무성한 자기 가슴 사진을 보내면서 자기에게 유인원  조상이 있는 것 같다는 남자였다. 물론 우리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p.267 나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엇갈린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내가 익숙했던 데 비해 덜 공평하다는 느낌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공평하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제3세계로만 알던 극빈을 겪는 사람들을 봤다.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가 이걸 허용할 수 있는가? 가난한 아이들은 가난한 학교에 가고 부자 아이들은 부자 학교에 가는 걸 알았을 때는 더 의아했다. 공립학교는 주로 주와 지역의 세금으로 자금을 대기 때문에 주마다, 도시마다, 동네마다 격차가 심했다.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학교를 다녔던 내 경험과 대조됐다. 어디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지는 사회가 어떻게 기회가 동등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