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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쓸모 - 수 스튜어트 스미스

식물 사랑러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너무 좋음..
식물이 나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모든 논문과 자료에서 찾아 꺼내서 모아놓은 책........ 좋다.

p.19 식물을 키울 때는 기본적으로 일을 약간 미룰 수는 있지만, 계절과 싸울 수는 없다. 다음 주에는 이 씨를 뿌리고 저 모종을 심어야 한다. 일을 미루면 기회를 놓치고 가능성을 박탈당하지만, 흐르는 강물에 뛰어들듯 일단 씨앗을 심어놓으면 우리가 계절의 에너지의 실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온다.

p.20 식물을 돌보는 기쁨이 모두 창조 행위와 관련되지는 않는다. 정원에서 파괴적인 행위를 하는 일의 좋은 점은 그것이 용인 가능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정원은 온통 잡초에 뒤덮인다. 그래서 정원 일의 많은 행동이 공격성을 띠고 있다. 전정 가위를 들고 가지를 치거나 땅을 깊이 파헤치거나, 민달팽이를 없애고 먹파리를 죽이거나, 바랭이 풀을 뜯어내고 쐐기풀을 뽑거나 하는 일들이 그렇다. 우리는 복잡한 생각 없이 이런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그것은 성장을 돕는 파괴이기 때문이다.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 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 카타르시스다.

p.53 이제 우리는 한 바퀴 돌아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우울증과 불안증이 늘고 약물 비용도 증가했다. 여기에 자연의 유익한 효과에 대한 증거가 늘면서, 원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녹색 돌봄'이 새로운 추진력을 얻고 있다. 최근 일반의들에게 원예나 실외 운동을 처방하도록 권고하는 새로운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p.55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인 원예 치료 프로젝트는 옥스퍼드셔의 '브라이드웰 가든스'다. 이 프로그램은 최대 2년까지 참여할 수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원사들-참여자는 환자가 아니라 정원사라고 불린다-은 대체로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앓고 있고, 장기 환자도 많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단절되었으며, 질병이 개인의 정체성이 되었다. 이곳 팀은 1년 단위로 70~80명 정도가 작업을 하는데, 대부분 일주일에 두 번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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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조사에 따르면, 프로그램 수료자 중 60퍼센트 정도가 직업생활이든 자원봉사든, 일정한 형태의 일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으며, 나머지도 상당수가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거나 공동체에 참여하는 등 긍정적 변화를 이루었다. 

p.56 분노, 애통, 좌절을 승화시키거나 창조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은 많다. 원예도 그중 하나다. 흙을 파고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는 일은 모두 파괴를 통해 성장을 북돋는 돌봄의 형태다. 흙을 일구면 공격성과 불안을 방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외부뿐 아니라 내부의 풍경도 바뀐다. 원예는 본질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p.84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해럴드 설즈Harold Searles는 심리적 파탄을 경험한 환자들이 몇 시간씩 나무를 바라보며 '인간에게서 얻지 못하는 유대감'을 찾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 모습이 자연과 사람 사이의 깊고 오랜 정서적 유대르르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바쁜 일상에서는 잘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다.

p.84 위니콧은 정신 발전 모델에서 아기 때 품에 안기는 감각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품에 안기지 않으면 유아는 조각조각 부서진다. 이런 단계에서 육체적 돌봄은 심리적 돌봄이다."라고 썼다. 출생 직후에는 육체와 정신이 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육체적 포옹은 정신적 포옹이기도 하다. 영아를 품에 안고 어르면, 그 경험은 아기의 정신에 주형을 만든다. 이때 만들어진 틀은 나중에 충격과 스트레스에 직면해서 스스로를 '포옹해야' 할 때 당시 감정을 재창출하게 해준다.

p.85 1970년대에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Jay Appleton은 "자신은 보되 자기 모습은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고 싶은" 우리 욕구에 토대해서 풍경의 심리학을 개발했다. 애플턴은 우리가 선천적으로 '전망'의 요소와 '은신처'의 요소가 결합된 환경을 선호한다고 보았다. 애플턴이 제시한 '서식지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위험과 보호의 정도에 따라서 물리적 환경을 평가한다. 조망과 은신처를 모두 제공하는 공원이나 사바나 같은 풍경에 대한 선호는 다양한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애플턴은 이것이 진화 과정에서 나무가 있는 초원처럼 생존에 유리한 특징이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인간에게 상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망이 있으면서 보호도 제공하는 정원은 전망과 은거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킨다. 육체적 또는 정신적 포옹이 보호와 개방성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만큼, 정원도 가두지 않는 안전한 울타리 느낌을 줄 수 있다.

p.88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트라우마 전문가 주디스 허먼Judith Hermann이 말하듯, 모든 트라우마 치료의 첫 단계는 '안전 감각의 회복'이다. 치료의 다른 단계들은 더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 첫 단계가 근본적이다. "안전이 적절하게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치유 작업도 성공할 수 없다"고 허먼은 썼다.

p.94 최근 신체 운동의 이점이 또 한 가지 발견되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태는 키누레닌kynurenine이라는 대사 물질의 수치를 상승시키는데, 이 수치는 뇌의 염증성 변화와 연결된다. 다리의 큰 근육을 사용하면 키누레닌의 순환을 줄이는 유전자가 활성화한다.

p.95 젖은 흙냄새도 정원에서 흙을 파는 일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지오스민geosmin'이라고 하는 이 냄새는 토양 박테리아 '방선균actinomycetes'의 활동에 의해 방출되며, 사람에게 상쾌하고 포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인간 후각 중추는 흙냄새에 아주 민감하다. 아마도 먼 조상들이 삶의 필수적 자원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5분의 1조밖에 안 되는 희박한 농도에서도 이 냄새를 감지해낸다.

p.100 PTSD를 앓는 퇴역 군인이 도움을 찾는 데는 평균 11~1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움을 찾을 때 쯤이면, 인생은 망가져 있기 일쑤다. 많은 사람이 에디처럼 파경과 실직을 겪고 집도 잃는다. 그중 75퍼센트는 알코올의존증에 빠진다.

p.155 클로드 모네는 꽃을 통해서 매력적인 색채의 세계로 들어갔다. "나는 아마도 꽃 때문에 화가가 된 것 같다."라고 모네는 썼다.

p.160 프로이트가 가장 좋아한 난초는 꽃집에 없었다. '니그리텔라 니그라Nigritella nigra'라는 알프스 난초인데, 짙은 적자색 꽃에 초콜릿과 바닐라가 섞인 섬세하고 강렬한 향기를 풍긴다.

p.161 프로이트는 치자꽃을 보며, 20년 전 로마에 머물면서 매일 단춧구멍에 치자꽃을 꽂던 시절을 떠올렸다.

p.162 하빌랜드-존스와 맥과이어는 농사를 위해 개간한 땅에 스스로 파종한 꽃을,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자라게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직접 꽃씨를 전파하기 시작했고, 가장 향기롭고 매력적인 꽃을 골랐을 것이다. 생태계에서 재배된 꽃의 틈새는 그래서 인간 감정의 틈새다.

p.162 재단에서 시리아 난민 캠프에 정원을 만들었을 때, 난민들은 식량 문제가 절박한데도 정원에 꽃을 심었다.

p.163 고대 이집트인은 특히 꽃을 신의 전령으로 여겨서, 신전을 꽃으로 채웠다. 때로는 엄청난 규모를 이루었다. 재스민, 수레국화, 붓꽃, 은방울꽃 등도 키웠지만, 가장 신성한 꽃은 연꽃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연꽃이 재생의 비밀을 품고 있다고 여겼다. 달콤하고 강렬한 연꽃 향은 관능 세계와 영적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처럼 정신을 더 높은 차원으로 데리고 간다고 믿었다.

p.186 클리어는 외로움이라는 질병이 우리 시대의 강력한 특징이며, 누구라도 이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늘날에는 넷 중 한명이 고립감을 겪을 만큼, 외로움이 어느 때보다 만연해 있다.

p.191 핀리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땅에서 하는 일에 대한 낙인과 싸우는 것이다. 미국에서 농업의 역사는 노예제와 소작제를 통한 인종 착취의 역사다. 핀리의 말에 따르면, 그 유산 때문에 아직도 "스스로를 잘 부양한다고 해도 자기 먹을 것을 직접 키워야 한다면 큰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관념이 있다. 

p.199 인간처럼 음식을 나누는 종은 없다. 인류 진화에서 음식 나누기는 인간됨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현대 생활은 이런 강력한 사람간 유대의 원천을 망각하게 만들었다. 간편식이 늘어난 데다 생활은 바쁘고 스트레스가 가득해서, 가족들은 전처럼 자주 함께 식사하지 않는다. 푸니어는 음식이 '위대한 연결 고리'고, 프로그램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p.231 내가 강둑을 매일 걷기를, 내 영혼이 내가 심은 나뭇가지들 위에서 쉬기를, 내가 내 무화과나무 그늘에서 원기를 회복하기를.
 - 이집트 무덤의 비명, 기원전 1400년 무렵

p.243 외로움, 불행한 관계, 목적의식 부재는 고령자의 삶의 질을 낮추는 가장 큰 요소로 보였다.

p.267 환자 대부분은 교사, 간호사, 의사, 법조인 같은 전문직 여성들로, 장기 병가를 냈지만 다른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전형적으로 성취 동기가 높고 성실하지만, 업무 과부하와 집안일을 병행하며 건강이 무너졌다. 이 환자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의 부족 때문에 집중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높은 성취에서 자존감을 얻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을 쉬고 있다는 데서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린다.

p.268 나무, 돌, 물의 존재는 정원 설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로,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해럴드 설즈의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p.271 사람들은 어떤 일에 몰두했을 때 '자신을 잊어버리는' 즐거운 느낌을 자주 말한다. 이런 자발적인 상태가 생기는 이유는 몰입 상태에 전전두엽 피질 활동의 둔화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시적 전두엽 활동 감소라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덜 감시한다. 자기비판에 시달리지 않을 시간은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이런 시간이 특별한 위안이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전두엽 피질과 편도를 연결하는 자기 감시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p.278 하지만 정원에서 흙은 더러움이 아니다. 생산적 토양이다. 도로시는 이렇게 말한다. "거기에서는 명령을 너무 많이 할 수 없어요. 그게 좋아요. 흙은 깨끗이 치울 수 없어요. 일구어야죠."

p.284 지넷 하빌랜드-존스의 팀은 꽃을 받을 때의 효과를 다른 비슷한 선물을 받을 때와 비교했다. 결과는 꽃 선물의 완승이었다. 꽃을 받은 사람은 모두 '진정한 미소'를 지었고, 좋은 기분이 더 오래갔다.

p.287 선구적 환경심리학자인 로저 울리히Roger Ulrich는 1984년에 이런 종류의 첫 연구를 수행했는데 창밖의 전망이 수술 후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울리히의 연구는 어린 시절 병을 앓을 때 창밖으로 나무 한 그루를 보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이 연구의 대상은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병원에서 쓸개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있던 두 집단의 환자들이었다. 한 집단에게는 창밖으로 낙엽수들이 보였고, 다른 집단에게는 갈색 벽돌 담이 보였다. 나무 전망이 있는 환자들의 회복이 더 순조로웠다. 스트레스 수치가 낮고, 더 긍정적이었으며, 진통제를 덜 쓰고, 평균적으로 더 일찍 퇴원했다.

p.289 불안하면 아주 작은 단서만 주어져도 주변 환경에 두려움을 투사하게 된다. 병원 내 미술의 효과에 대한 울리히의 연구는 이미지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울리히는 스웨덴 정신과 병동에서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환자들이 공격하고 훼손한 그림은 추상화뿐이고, 자연 풍경을 담은 그림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장수술에서 회복하는 환자들에 대한 추가 연구를 보면, 추상 미술은 자연 세계의 그림보다 진정 효과가 덜하다. 특히 직선만 담은 한 그림은 큰 스트레스를 일으켰는데 아마도 갇혀 있는 느낌을 더 강화하는 모양이다. 
 울리히는 암 치료 센터에서 의뢰한 반추상적 설치물-각진 새 모양의 금속제 대형 조각-의 예도 언급한다. 계획 단계에서는 아무도 '버드 가든'이라 불리는 설치물의 형태에서 위협적인 요소를 감지하지 못했지만, 작품이 설치되자 효과는 금세 명백하게 드러났다. 환자의 20퍼센트 이상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조각에서 적대감과 위협을 느꼈다. 작품이 환자들에게 암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켜서, 오래지 않아 철거해야 했다.

p.302 테이거 센터의 정원은 높은 자연적 다양성이 회복 능력을 높인다는 치유 정원의 일반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곳이다. 녹색과 단단한 표면의 비율도 중요하다. 대체로 7대 3이 최고의 효과를 보인다.

p.310 하지만 영국에서 가정 정원은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사라지고 있고, 그 결과 가정 정원의 3분의 1에는 식물이 전혀 없다.